Friday, March 25, 2011

새로 나온 책 <예수의 윤리>



기독교 선교 120년이 지난 오늘의 한국 교회는 한 편으로 놀라운 양적인 성장을 이루었지만 다른 한 편에서는 사회 일반으로부터 신뢰를 잃어가고 있어 급기야 혼동과 갈등의 시대를 맞고 있다. 이런 정황을 생각하며 쓴 책이 대한기독교서회에서 출간되었다. 제목은 『예수의 윤리』, 부제는 “혼동과 갈등의 시대에 생명과 평화의 길 찾기”이다. 이 책에서 다룬 내용은 한국교회의 도덕적 실패를 기독교 윤리학적 관점에서 분석한 것이다.

나는 한국교회의 도덕적 실패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을 “예수의 윤리를 버린 교회가 되어가고 있는나데”에서 보고 있다. 예수는 권력욕과 물질에 대한 탐욕, 자기중심의 쾌락의 원리에서 돌아설 것을 가르쳤으나 오늘의 한국교회는 권력과 지배욕에 사로잡히고 물질적 번영과 성공을 하나님이 주신 복으로 해석하며, 인간의 고귀함을 지키기 보다는 욕망을 위한 수단으로 간주하는 풍토를 조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나는 기독교의 도덕적 실패의 뿌리를 어거스틴 이후 교회가 예수의 사랑과 평화의 윤리를 외면하고 로마제국의 군사주의적 가치들을 수용해 들인 데에서 보고 있다. 기독교회가 예수의 사랑과 평화의 윤리 대신 로마의 군사적 폭력을 앞세운 평화를 더욱 선호해온 흔적이 역력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교회는 예수의 사랑의 윤리에 기반한 평화윤리적 전통을 져버리고 호전적인 선교, 정복주의적인 승리주의, 물질과 물량주의를 통하여 교회를 강화시키고 화려하게 치장하며 성장시켰지만, 결국 중세기를 지나면서 스스로 무너져 내리는 교회가 되는 자기모순을 경험할 수밖에 없었다. 예수의 교회가 아니라 사람들의 교회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개신교 전통은 이런 교회의 자기모순에서 스스로를 개혁하려는 정신에 이끌려진 것이지만 신학적 뿌리가 깊지 못한 한국의 교회는 교회사적으로 이미 오류로 판명난 그릇된 전통으로 되돌아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리하여 우리는 과연 “예수를 잃어버린 교회, 예수의 가르침을 버린 교회, 예수를 부담스러워 하는 교회가 된다면 그 교회를 아직 하나님의 교회라고 불러야 할지”(14) 근심하게 된 것이다. 하나님의 교회가 사람의 교회가 되고 하나님의 말씀이 사람의 이해관계를 위하여 오독되는 자리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묻게되는 근본적인 질문은 “어떻게 비폭력 평화주의를 가르친 성서의 예수가 폭력적 평화를 주도하는 예수로 해석되고, 소유와 탐욕의 문화를 비판하고 무소유와 청빈의 삶을 가르친 예수가 사람들의 탐욕을 부추기고 성공과 출세의 열망에 사로잡히게 만드는 예수로 바뀔 수 있는지, 어떻게 애욕에 매인 삶이 아니라 순결하고 고결한 눈과 마음을 가지고 살라하신 예수가 욕망과 충동을 조장하는 예수로 바뀔 수 있는지”(15)를 의문하는 데에서 나온다. 그러므로 예수를 왜곡시켜온 전통위에 세워진 교회는 아무리 화려해도 결국 무너질 교회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나는 오늘날의 기독교인들을 세 종류로 구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진리와 양심을 지키기 보다는 교회를 중심으로 권력화된 기독교를 지키고, 성장, 확장하는 데 온 힘을 다하는 “제도적 기독교인”들이 그 첫째인데 이들은 한국교회 안에 범람하고 있는 일부 부유한 성직자를 옹호하고, 교회의 성장과 부유함을 추구하며, 성직사고 팔기를 눈감고, 인친척에게 성직 물려주기를 방관하며, 이권쫒기에 민감하고, 미신적 신앙을 부추기며, 성직자의 권위주의를 옹호하는 이들이다. 그 다음으로 “진보적 기독교인”들이 있는 데 이들은 겉으로는 보수적 신앙을 비판하면서 개혁을 주장하고 있지만 그 행태에 있어서 교회 안에서 지배력을 얻기 위하여 정치와 종교의 야합을 조장하고 제도적 기독교인들과 타협할 준비가 되어 있는 이들이다. 바로 이들이 기독교의 갱신과 변혁을 기다리는 이들을 무수히 실망시켜왔다. 마지막으로 남은 이들이 예수의 비폭력 평화윤리를 지키고 실천하는 무명의 “양심적 기독교인”들인데 이들은 인간의 유약함과 이성의 비판적 기능을 받아들여 자기 안에 기생하는 죄와 악에 대한 성찰과 비판에 게으르지 않고, 종교와 정치의 야합이 불러오는 포악을 경계하는 이들이다. 나는 예수의 삶과 사상, 그리고 예수를 따르던 제자들에게서 저자는 바로 이러한 양심적 기독교인들의 원형(21)을 보고 있다.

이 책에는 서론을 제외하고 다섯 편의 글이 담겨있는 데 각 편의 글은 오늘의 한국 교회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들에 대한 심층적 분석을 담고 있다. 제 1 장, 기독교의 도덕적 실패와 그 구조, 제 2장, 한국 교회의 윤리적 위기와 그 원인, 제 3장, 기독교 선교의 사회윤리적 성격, 제 4장 제국주의와 기독교: 저항과 해방의 비판학으로서의 기독교 윤리, 그리고 마지막 5장은 한국교회의 평화 윤리적 과제라는 주제이다. 오늘의 한국교회가 신앙과 이성, 교회와 세상 사이에서 예수의 윤리를 명료하게 선포하기보다는 모호함과 개념 흐리기에 빠져 있다고 볼 때, 우리 한국 교회들이 보다 참된 교회가 되기 위하여 걸어가야 할 길은 성공과 성장을 위한 십자군의 길이 아니라 십자가를 지고 생명과 평화를 지키는 길이어야 한다는 점을 이 책에서 말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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