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 주일 동안 나는 미국 보스톤을 다녀왔습니다. 큰 아이가 하바드 석사 과정을 끝내고 졸업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엘리스 교수 초청 강연, 전주를 다녀오는 일정에 이어 보스톤으로 가는 비행기에 올랐을 때 나는 몹시 피곤하여 거의 그로기 상태였습니다. 보스톤에 도착하여 여장을 풀고 나니 새벽 4시에 가까웠습니다. 새우잠을 자다시피하고 일어나 하바드 대학 졸업식장으로 향했습니다.
화려한 휘장들이 나부끼는 교정에서 제 357회 졸업생들을 배출하는 대학의 졸업식은 미국 대학의 다양성과 풍요로움을 느끼게 해 주었습니다. 아이의 졸업식에 참여하면서 한 편에서는 미국의 가장 우수한 인재들을 배출해 온 이 자리야 말로 미국 Empire의 본산이로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졸업식장에서 하바드 대학의 최초 여성 총장인 파우스트 박사는 대학의 본질에 대하여 매우 단순하고 명료한 정의를 내렸습니다.
연구 중심의 대학으로서 무한한 "창조적 자유와 이에 버금가는 책임을 인식"하는 것이야말로 대학 교육의 본질이라고 했습니다. 357년의 역사를 통하여 세계 제일의 대학으로 자리를 잡아 온 하바드 대학은 크고 작은 500여개의 건물들과 17,000명을 고용하고 있는 가장 거대한 집단이었습니다. 지난해 하바드 대학은 가족 수입 6만불 이하인 학생들에게는 모두 장학금이 주었고, 앞으로 그 기준을 좀 더 높일 것이라는 계획도 들었습니다.
자유와 책임, 지식인에게 가장 필요한 것입니다. 자유란 아나키즘에 가까운 것이라면 그 아나키즘을 생명과 평화를 향한 방향으로 바로 잡아 주는 것이 책임입니다. 기존의 권위와 질서와 굴레에서 벗어나는 힘의 근원이 자유라면 그것은 기존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과 새로운 창조의 영역안에서 키워지는 것입니다. 그러나 동시에 비판과 창조의 힘도 무한 할 수 없습니다. 그것은 생명을 파괴하고 평화를 깨는 길이 아니라, 생명을 지키고 평화를 증진하는 길에서만 더욱 아름답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 자유와 책임은 동시에 높은 도덕성에 근거해야 합니다. 우리 사회의 대학들은 자유와 책임이라는 높은 이상을 세워 나갈 토대가 약합니다. 그 토대는 높은 도덕성입니다. 도덕성 없는 자유는 천박함이며, 도덕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책임은 집단의 폭력이 되기 쉽습니다. 인종차별적 발언을 했던 전 하바드 대학 총장은 그 자리에서 물러나야 했습니다. 대학의 명성과 품위는 시대 정신을 이끌어 갈 만한 도덕적인 힘이 있을 때 지켜지는 것입니다. 이런 기준을 적용해 보면 우리대학들은 그야말로 난장판입니다.
하바드 목사가 시작한 하바드 대학은 신학교육을 위해 시작했던 대학이었지만 이제는 신학교육은 주류에서 한 참 벗어나 있고, 법학과 경제학과 공학이 주류를 이루는 대학이 되었습니다. 명석한 두뇌들은 신학을 공부하기보다 현실적인 학문 분야에서 최고가 되는 길을 찾고 있는 셈입니다. 오늘날 신학은 신학적 세계관이 유효했던 시간적, 문화적, 종교적 한계를 가진 학문 분야가 되었습니다. 신학부에서 학위 수여식은 하바드 대학의 위엄과 장대함은 사라지고 조그만 대학의 학위 수여식과 다름없는 자리가 되었습니다.
하바드 대학의 한 동문회 회장은 무수한 동기들 중심으로 하바드 대학에 후원해 온 내역을 밝혔는 데 어느 한 기는 작년 2600만불을 모금하여 모교에 기증했다고 보고 했습니다. 그러니 수십개의 동문회가 모금하여 자신들의 모교에 기부하는 액수는 천문학적인 액수라 아니 할 수 없었습니다. 세계의 부와 권력을 손에 쥐고 있는 이 대학 동문들은 미국만이 아니라 전 세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것이 분명했습니다.
한국 대학의 한 교수로서 이런 막강한 힘을 가진 이들과 경쟁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일까를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보스톤의 날씨는 매우 변덕스러웠습니다. 졸업식이 있었던 그 다음 날에는 너무나 무더워 힘이 들었습니다. 아이의 짐을 싸는 일에 하루를 다 보내고 토요일 나는 케임브리지 한인교회를 담임하고 있는 김태환 목사의 초대로 함께 점심식사를 나누었습니다. 대학 시절 보았던 그 젊은 얼굴은 사라지고 오십 후반의 아저씨가 되어 버린 김목사의 얼굴을 보며 나를 짐작했습니다.
이렇듯 시간은 가고, 삶의 계절이 바뀌고 있습니다.내가 대학원을 마쳤던 당시 큰 아이가 두 살이었으니까 26년만에 그 아이가 내 자리에 저렇게 젊은 모습으로 서 있는 것입니다.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나는 여행하는 일이 무척 피곤해진 사실을 느꼈습니다. 그와 동시에 내면에서 솟아 오르는 생명의 힘과 기쁨이 메말라 가고 있다는 사실도 생각했습니다. 무엇으로 나의 남은 삶을 채워 나갈 것인가 생각하며 돌아왔습니다.
Wednesday, June 11, 2008
Commencement at Harvard Univers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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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ace and Justice in Solidar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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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9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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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osition of the Association of Christian Professors
[성명서]
무책임한 쇠고기협상 원인 제공한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기독교계의 입장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6월 6일 불교계 원로들과의 간담회에서 “무책임하게 재협상을 이야기할 수 없다”고 했다. 문제를 만든 장본인으로서 근본적인 해결을 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 광우병의 문제는 생명에 대한 문제이며, 모든 사람들의 창조적 보존의 문제이다. 한국기독자교수협의회는 이러한 생명의 근본 문제에 대한 이명박 대통령의 신앙관과 문제 해결을 위해 국민과 소통하지 못하는 스타일의 심한 우려를 가지며, 우리의 입장을 밝힌다.
이명박 대통령은 ‘경제 살리기’를 최우선 명분으로 당선됐으나, 초기 내각의 특권 부유층이 민심을 돌리게 하는 결정적인 계기를 만들었으며, 건설회사의 CEO 리더십으로 밀어붙이기 식의 정치가 의사소통의 단절을 가져왔다. 미국 방문중 FTA 타결의 명분으로 쇠고기 수입을 졸속 타결하는 사대주의적 선물 외교가 국민적 저항을 받게 되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강남의 한 대형교회의 장로이다. 대형교회는 70, 80년대에 급성장하면서 독재정부와 사회의 민주화에 대해서는 외면하였고, 오직 개인신앙에만 초점을 맞추었다. 대형교회는 한국의 보수적인 대형교회는 자본주의에 교회성장을 접맥시켜 커왔다. 대형교회는 하나님을 믿는 것, 예수님을 믿는 것이 물질의 축복이며, 이것은 곧 부와 권력을 갖는 것에 대한 정당한 신념으로 작용하였다. 결국 대형교회가 ‘승리’와 ‘성공’이라는 신앙으로 개인의 이기심을 불러일으켜왔다. 대형교회는 배타적인 신앙관을 조장하여, 이웃종교인들을 무시하고 차별하며, 더 나아가 정치와 유착한 교회권력을 만들어가고 있다.
앞으로의 정국들에 어떠한 대처능력이 있을지 매우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에 대해서 한국기독자교수협의회는 광우병 문제와 최근의 시국에 대해 기독교의 입장에서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하고자 한다.
1. 생명. 평화 차원에서 기독교와 교회는 창조질서의 회복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육류 소비를 줄이며, 가두어 기른 동물과 과도한 호르몬 사용을 한 동물을 먹지 말아야 할 것이다. 동물의 생명과 관련하여 우리는 모든 생명을 하느님이 창조하셨으며, 우리 인간은 인간의 생명못지 않게 동물도 존중하는 마음을 가져야 할 것이다. 조류인플루엔자(AI)가 돌면, 감염되었거나 혹은 예방적 차원에서 도살 처분하는 닭과 오리의 숫자가 수백만 마리에 이른다. 마대자루에 넣어 파묻는 모습, 그리고 광우병에 걸린 소가 일어서지 못하고, 지게차에 찔려 쓸려나가는 모습은 차마 눈뜨고 볼 수 없는 광경이다. 생명ㆍ생태계에서 발생하고 있는 일련의 사태들은 바로 하나님의 창조질서 파괴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으며, 그 근본적인 특징은 과도한 생산을 위해 자연 질서를 어지럽힌 데서 시작되었다는 사실이다. 목축의 기본 원리 역시 자연적인 순리를 어기지 말아야 하는데 결국 과도한 이익에 눈이 먼 소위 대량생산의 ‘공장식 축산업’을 추구하였던 것이다. 닭과 오리는 닭장 안에 갇혀서 크고, 풀을 먹어야 할 소에게 몸집을 불리기 위해 동물 사료를 먹여 결국 프리온이라는 단백질에 변형을 일으켜 광우병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었다. 유럽은 동물성 사료를 금했지만, 미국은 그렇지 않은 것이 이번 사건의 발단이다. 우리나라 역시 한우에 동물성 사료를 2003년 기준으로 4만 6천여 톤을 소비시켰다는 보고가 있는데, 동물성 사료를 금해야 할 것이다.
2. 단지 광우병 문제만이 아니라, 우리 식품에 대한 전반적인 고려가 있어야 하겠다. 과도한 농약사용, 수입 밀가루의 방부제 사용은 어떤지, 중국산 식품들의 국내반입에 대한 철저한 검역체계, 국내 가축시장의 열악한 환경(좁은 닭장, 과도한 항생제 사용 등)의 개선, 위생적인 음식환경 등으로 이어져야 할 것이다. 정부는 이러한 먹거리 전반에 대한 행정적인, 재정적인 지원을 하여 국민이 안심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3. 이명박 대통령은 기독교의 대형교회 중심의 보수적인 지도자들에 둘러싸여 시국을 잘못 인식하고 있다. 지난 5월 20일 이들은 서울 장충동 앰배서더호텔에서 '국가와 민족을 위한 한국교회 원로지도자 특별간담회'를 열고, 이번 쇠고기 파동이 일부 언론사의 악의적인 정치공세로 몰고 있고, 촛불집회를 특정세력의 배후를 발언하고 있다. 6월 7일 청와대에 초청한 교계 원로 지도자라는 대형교회 개신교 목사들은 기독교의 대표성이 없으며, 일부 목사는 비리와 관련되어 있어 재판을 받기도 하였으며, 그들이 역사와 사회를 바라보는 인식은 저급한 수준 이하의 분들이다. 또한 청와대에서 대운하를 책임지는 한 관료는 촛불집회 참여자를 ‘사탄 세력’으로 보는 몰지각한 발언을 하였다고 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대형교회 중심의 기독교 보수 지도자들을 만남으로써 지지를 받으려 하는 편향된 신앙과 시국관에 큰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 이명박 대통령과 정부는 낡은 틀의 보수적이고 반공주의, 근본주의적인 대형교회 중심의 신앙관에서 벗어나, 올바른 역사인식과 사회관을 가져야 할 것이다.
- 이명박 대통령과 정부는 광우병 문제, 대운하 등의 산적한 과제들을 CEO 식의 사고에서 벗어나 국민의 건강 복리의 관점에서 전면 재검토해야 할 것이다.
- 이명박 대통령과 정부는 사회의 양극화 문제에 보다 철저한 관심을 갖고 소외계층의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야 할 것이다.
- 한국의 대형교회와 보수교단들은 교회권력을 행사하지 말며, 순수한 촛불집회를 친북. 좌파의 문제로 몰고 가지 말아야 할 것이다.
6.10 대회 21주년을 맞이하여
한국기독자교수협의회
2008년 6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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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ace and Justice in Solidar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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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2 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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