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북산 최완택 목사의 설교문을 읽었습니다. 목하 난장판이 되어가고 있는 한국 교회와 대학들의 어지러운 현실을 바라보며 슬퍼하는 마음이 역력했습니다. 실망에 멈추지 않고 분노를 불러올 지경이 되어 눈에 눈물도 흐르지 않는다 했습니다.
내 눈에도 눈물이 말랐습니다. 너무나 많은 이들의 고통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현실이 나의 기대와 요구에 부응치 못하여 일어나는 분노가 아니라, 말할 수 없는 가난과 절망의 그늘에 서있는 생명들이 버림을 받고 있는 까닭이었습니다. 아, 가난과 억압에 눌려 사는 생명이 내는 여린 비명소리에 나는 가끔 한 밤에도 일어나 숨을 몰아쉽니다.
따스하고 진실한 사랑에 대한 목마름으로 지쳐있었던 나에게 아시아의 고난이 다가왔을 때 나는 왜 그리도 많은 이들이 버림의 길을 걷게 되었는지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피안에 대한 신앙과 헌신을 왜곡된 종교의 요구라고 보았던 나도 이제는 더 깊은 그리움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블로흐가 일찍이 말했던 바와 같이 죽음과 고통의 이중주는 우리 삶의 깊은 영성의 계곡에서 울려오는 소리가 되어 오직 영혼의 귀를 가진 이들에게만 들려 올 것입니다.
우리를 비인간화 시키는 이 무정함과 비정함의 세계, 눈물이 없는 삶의 자리에 서서 가슴의 눈물을 흘립니다. 새벽 여명이 밝아 오는 시간 나는 예루살렘을 바라보며 눈물을 흘렸던 예수를 기억하며 존재와 의식이 분리되어 있는 나의 삶을 보았습니다. 날이 어둡기 전에 나의 길을 부지런히 걸어야 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미야모도 겐지의 시를 가슴에 담고 살던 나의 젊은 시절의 순수가 그리웠습니다. 나의 삶에 파고드는 끝도 없는 욕망과 욕심의 반대편에 가난한 이웃들이 서성인다는 사실을 다시 마음에 담고 현미 세 홉이 있으면 비에도 지지 않고 길을 가겠다는 청렴한 의지를 다시 불러들입니다.
북산의 설교 마지막에서 나는 “주여 나로 하여금 평생 울며 살게 하소서 -”라는 구절을 읽었습니다. 눈물이 메마른 가슴에도 사랑은 남아 있을 것이지만, 눈물이 메마른 가슴은 생명력의 부재증명이기도 한 까닭입니다. 그것은 차가움이고 비정함입니다. 이런 자신을 바라보며 우리 또한 “주여 우리를 울게 하소서”라고 기도할 수 밖에 없습니다. 눈물은 우리의 차가움과 비정함을 녹여 내고 사랑으로 이끌어 가는 힘이 있는 까닭입니다.
Monday, October 13, 2008
Lord, let me weep while I am alive...
Posted by
Peace and Justice in Solidar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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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3 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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