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절 언덕길에서 모두들 평안하신지요?
오늘 저는 미국에서 온 초로의 부부 Marge와 Ken을 만났습니다. 이 분들을 미국 필라에 있는 퀘이커들의 명상과 연구를 위한 수도원인 펜들힐에서 스탶으로 일했던 분들입니다.
박성준 박사(한명숙 전국무총리 부군)께서 경복궁 근처에 인문사회과학 서점인 길담서원을 내셔서 거기서 모두들 만났습니다. 펜들힐과 한국인들의 인연은 무엇보다 함석헌 선생님이 뿌린 씨앗의 열매들입니다. 그 분이 군부독재에 바른 말 하다가 일을 당할 것 같으니까 퀘이커들이 미 국무부를 통해서 함 선생님을 초청하여 1962년 경 한 해 다녀오셨습니다.
그 당시 함선생님께서 잠간 독일에서 공부하던 안병무 선생을 만나 보러 가셨었는 데, 어느날 "한국에 가고싶다"고 하시면서 눈물을 흘리셨다는 이야기도 읽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함선생님이 고국으로 돌아 오셔서 당시 서울 퀘이커 모임에 나오던 이행우 선생을 후발 주자로 보낸 데에서 이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이행우 선생은 당시 어느 중고교 교사였지만 펜들힐에 가셨다가 거기에 그만 주저 앉으셨고, 그간 여러 한국 사람들을 펜들힐과 이어주셨지요.
그렇게 펜들힐을 다녀 오신 분 중에 박성준(성공회대) 교수와 한명숙 선생이 계십니다. 박성준 박사께서는 민주화 운동을 하다가 감옥에 가서 십여년 옥살이를 하신 분입니다. 이 행우 선생께서는 지금 칠십이 넘은 노인이 되셨습니다. 저도 그 분의 도움을 받아 2005/6년 일년동안 펜들힐에서 퀘이커들의 삶을 배우며 지냈습니다. 하지만 오늘 만난 이 두 분은 제가 거기서 만난 적이 없었습니다. 제가 펜들힐에 가기 직전 이 분들은 그곳을 떠났기 때문입니다.
저는 오늘 이 분들로부터 저의 펜들힐에서 지낸 2005년 겨울의 어느 순간을 되돌아 볼 수 있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2005년 겨울 저는 당시 이라크에 평화팀으로 가서 평화봉사를 하던 Tom Fox 일행이 이슬람 과격파들에게 납치되어 죽임의 위협을 받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습니다. 우리는 그의 귀환을 바라며 매일 아침 침묵으로 기도했었습니다.
얼마후 그는 여러 발의 총을 맞고 살해되어 바그닷 근교에 버려지고 말았지만 평화팀으로 그와 동행했던 세 사람은 살아 돌아왔고, 그들이 퀘이커 공동체 모임에 전한 톰의 최후에 대한 이야기를 오늘 전해 들은 것입니다. 그가 죽임을 당해 버려졌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저는 기도의 무능을 깊이 느꼈었습니다. 그런데 그의 죽음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듣게 된 것입니다.
톰은 자기를 구금하고 있었던 이슬람 과격파 사람들 중 한사람이 발목을 삐어 고생하는 것을 보고 그의 고통을 자기 고통처럼 느끼면서 그의 발목의 치유를 빌며 어루만져 주곤 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자기 생명이 위협받고 있는 자리에서 다른 이의 발목이 삔 것을 염려했다니요. 그는 위협이나 공포를 느낄 겨를도 없이, 담담히 자기를 묶어두고 학대하는 이들의 안전을 오히려 염려했다고 했습니다. 그들의 반대 편에는 거대한 미국이 서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경복궁 역 가까이 있는 에코식당에서 저는 밥을 먹다가 말고 수저를 놓은 채 그 이야기를 들었지요. 그리고 그의 따스함과 동정(compassion)에 대하여 생각했습니다.
삼년의 유랑를 마치고 돌아온 저는 요즈음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교회에서나 학교에서 자기 생각과 삶으로 예수로부터 배운 바대로 사는 사람을 거의 만날 수 없다는 것이 자꾸 확인이 되기 때문입니다. 참으로 소수의 사람들만이 예수가 그린 인간다움을 사는 것이로구나 하고 생각하게 됩니다. 얼마전 작은 애가 요즘 미국에서 베스트 셀러인 "루시퍼 효과"라는 책을 제게 건네며 이거 재미있으니 한번 읽어보시라 하여 받아 두었는 데, 사람이 악해지는 것은 루시퍼같은 이들이 주변에 많아 영향을 받기 때문이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습니다. 교회에서 조차 루시퍼같은 이는 많은 데 예수를 사는 이들은 희박하니
우리 교회와 사회의 앞 날이 걱정됩니다.
40년 전 이 부부가 청춘이었을 때 평화봉사단원이 되어 한국에 와서 3년 가량 지냈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나이 칠십이 가깝도록 자신이 믿는대로 평화를 위해 무엇인가 하면서 살아온 이 부부가 톰의 최후에 대하여 전하는 말을 들으며 참 많이 부러웠습니다. 펜들힐 겨울 동산에서 톰의 귀환을 바라던 저의 기도는 톰의 생각과 달랐던 것 같았습니다. 그는 자신의 귀환보다 거대한 제국과 마주 서 있는 이들을 염려했기 때문입니다. 그런 생각을 전혀 하지 못하고, 사람을 수단삼아 잔인하게 죽이던 과격한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을 분노에 찬 비이성적인 사람들로만 여겼던 제가 부끄러웠습니다. 기도의 무능을 받아들였던 그 때의 마음을 오늘 슬며시 지웠습니다.
Friday, March 14, 2008
Peace with Compassion!!
Posted by
Peace and Justice in Solidar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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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3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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