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re are no dangerous thoughts; thinking itself is dangerous." Hanna Arendt
대만 타이페이 북부 야류라는 지역은 매우 특이한 지형을 가지고 있다. 야류 해변가에는 버섯 모양의 입석들이 여기 저기 흩어져 서 있다. 어느 것은 무너져 내려 그 예전의 형태를 잃었고, 어느 것은 모진 비바람에 얽은 모습을 하고 있다. 수천만년을 견디어 냈을까.... 내가 그곳을 찾았던 날은 비바람이 세차게 부는 날 이었다. 빈 해변가에 파도만 쉬지 않고 무심히 하얀 물보라를 날리는 데 저 쪽 한 편에 여인의 입상과 같은 모습이 눈에 들어 왔다.
한 때는 바다 속에 잠겨 침전물들을 모아 다지던 대지가 뭍위로 들어나 파도와 비바람에 모진 세월을 겪은 모양이 여전했다. 연약한 부분들을 소리없이 부서져 해변으로 흩날리고, 세월을 견디어 낸 뭄둥아리만 우뚝 외롭게 서 있다. 어느 것은 버섯의 모양이고, 어느 것은 마구 부서진 흔적이 역력했다. 그런데 그 중 하나가 여인의 두상과 흡사했다. 정중하게 머리를 치장하고 고개를 들어 잔잔히 먼 포구를 바라보는 모양이 가슴을 시리게 했다.
파도가 달려들고 비바람이 몰아치는 이곳 빈 바닷가에서 태평양을 등지고 그 누구를 기다리기에 그 오랜 세월 거기에 서서 견디고 있는 것이냐. 그 자세를 흩트러뜨리지 않고 서 있는 그 여인의 모습에 담긴 수천년 그리움과 기다림의 깊이를 생각하니 기다림을 견디지 못하여 쉽게 잊고 돌아서는 사람이 문득 부끄럽게 느껴졌다. 장구한 세월을 견디어 온 그녀의 그리움은 사람이 목석보다 못한 존재일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게 했다.
사유가 위험한 것이 아니라, 사유하는 것 그 자체가 위험하다는 한나 아렌트의 말이 생각났다. 사유함으로서 우리는 이 짧은 삶을 살면서도 그리움을 안고 살지언정 의로움과 진실함이 없는 값싼 유혹에 몸을 맡기지 않는다. 사랑이 위험한 것이 아니라 사랑함으로 그 사랑에 대하여 가져야 할 자세를 가늠하게 하는 그 사유가 위험한 것이다. 긴 세월 매무새를 흩지 않고 서서 속절없이 기다리는 것은 모진 고문과도 같지만, 끝내 견디어 내야 하는 인간다움이기도 하듯이.
Thursday, February 7, 2008
What Dangerous 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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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ace and Justice in Solidar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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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0 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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