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홍규칼럼]걸리버의 야후 관광여행
어제 어느 독자로부터 편지를 받았다. 내가 최근 몇 달간 정권 비난에만 열을 올리고 있는 헛발질이 너무나 보기 딱하니 차라리 평소 버릇인 맨발로 숲을 걷는 이야기나 쓰는 것이 나에게도 좋고 독자들에게도 조금이나마 유익하리라는 것이었다. 사실 최근 두어 달 나는 많이 변했다. 평소 거의 찾지 않던 인터넷을 자주 보게 된 것도 그 중 하나지만 어느 날은 정신없이 몇 시간을 들여다보다가 스스로 깜짝 놀라 끈 적도 있다.
독자의 편지를 받고 개과천선한 것은 아니지만 장마철에 숲을 맨발로 걷기란 무리니 이왕이면 세계화 시대에 남들 다한다는 외국 피서여행을 안내할까 한다. 그것도 그 수많은 관광안내에 전혀 나온 적이 없는, 약 300년 전의 ‘걸리버 여행기’에 나오는 마지막 여행지, 그러면서도 우리가 매일 접하는 이름인 야후의 나라로 모셔볼까 하니 관심을 가져주시라.
인간을 닮은 야후를 다스리는 말인 휘늠 앞에서, 인간의 나라 직업 중에 가장 어려운 시험을 거쳐야 하는 수재 중의 수재인 법률가들에 대해 걸리버는 자랑스럽게 말한다. 먼저 판사란 분들은 평생 동안 오로지 진실과 정의 편에 서기는커녕 그 반대로 진실과 정의에 대해 편견만을 품어 와서 숙명적으로 사기와 위증과 탄압을 두둔해야만 하는 버릇에 빠진 자들로서, 특히 권력자의 눈치 하나만큼은 귀신같이 알아채 그를 만족시키면서도, 언제나 자신은 세상과 무관하게 사는 고고한 자임을 자처한다고 찬양한다.
이는 물론 야후 나라의 이야기이고 우리나라의 훌륭한 판사님들과는 절대로 무관한 것이니 오해 없기 바란다.
- 판사는 ‘고고’한 권력의 시녀 -
반면 말의 나라에는 법도 재판도 없다. 그 이유는 말은 이성이란 것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성이 없는 인간에게는 법과 재판이 있어야 한다. 법률가는 받는 돈 액수에 따라, 검은 것은 희고 흰 것은 검다고 거짓말하는 전문기술을 배운 자들로서 그들이 그렇게 거짓말을 하기 위해 만든 핑계들을 집대성한 것이 법이고 재판이다.
판례라는 것도 정의와 이성에 반한 것들임은 물론이어서 법률가라면 누구나 자신의 가장 부당한 의견을 합리화하기 위해서 그것을 애용한다. 그러나 이런 본심을 들키면 곤란하기 때문에 그들은 남들이 알아챌 수 없도록 하기 위해 그들만의 특별한 암호나 은어를 사용해 난해한 법을 만든다. 그래야 옳고 그른 것을 거꾸로 씌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통사람들은 법과 재판의 본질이 귀에 걸면 귀고리, 코에 걸면 코걸이라고 착각한다. 하지만 그 본질은 어디까지나 검은 것은 희고 흰 것은 검다고 거짓말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시험을 통과한 법률가만이 그것을 할 수 있고, 그것도 법률가가 받는 돈의 액수에 따라 그 결과가 달라지니 재판에 이기는 길은 오로지 더 비싼 몸값의 변호사를 사는 것뿐이다. 그래도 야후의 나라에는 전관예우라는 것이 없어 그 비싼 비율이 수 십 배나 수 백 배가 아니라 기껏해야 두 배 정도에 그친다는 것을 보는 것에 우리 관광여행의 의의를 찾을 수 있는 것일까? 유일한 차이점이니 말이다.
문제는 인간 세상에도 가끔은 정의를 찾으려고 법률가를 요구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점이다. 변호사란 오로지 거짓과 불의를 변호하도록 훈련받았기 때문에 혹시 진실과 정의를 찾으려고 변호사를 고용하는 사람은 반드시 손해를 보게 마련인데 이 세상에는 꼭 그런 이상한 사람이 있게 마련이다. 그러나 변호사란 원래부터 진실과 정의와는 무관하기 때문에 그들에게 도움이 될 수 없다.
- 법과 판례는 거짓말의 집대성 -
따라서 정의를 추구하여 재판에 이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상대방이 자기 변호사에게 치른 값보다 두 배를 주어 매수해 자기 의뢰인을 배반하게 만드는 것뿐이다. 오로지 돈이다. 돈은 재판만이 아니라 아름다운 여자도 사게 한다. 이어 돈과 권력에만 혈안이 된 대통령이 오로지 매수로만 권력을 유지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아니, 아니, 다시 권력 이야기가 되면 다시 권력에 대한 헛발질이 되니 여기서 그치자. 지금까지의 이야기가 더위를 쫓아주기는커녕 도리어 더위를 몰아오는 짜증난 것이었다면 대단히 죄송하지만 걸리버 탓이라고 이해해주시기 바란다. 아니 이것도 최근 누구에게 배운 책임전가인가?
<박홍규 | 영남대교수·법학>
Sunday, August 10, 2008
Lawyers... for what?
Posted by
Peace and Justice in Solidarity
at
9:33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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