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현대 박물관에서 본 획일화된 대중-
산더미같이 쌓여진 그릇을 씻기 위해 개수대 앞에 선다
밥공기들을 하나하나 ‘퐁퐁’을 묻혀 닦아내다가
문득 씻지도 않고 쓰는 마음이 손바닥에 만져졌다
먹기 위해 쓰이는 그릇이나 살기 위해 먹는 마음이나
한 번 쓰고 나면 씻어두어야
다음을 위해 쓸 수 있는 것이라 싶었다
그러나 물만 마시고도 씻어두는 유리컵만도 못한 내 마음은
더럽혀지고 때 묻어 무엇 하나 담을 수가 없다
금이 가고 얼룩진 영혼의 슬픈 그릇이여,
깨어지고 이가 빠져 쓸 데가 없는 듯한 그릇을 골라내면서
마음도 이와 같이 가려낼 겄은 가려내서
담아내야 하는 것은 아닌가 생각 한다
누릉지가 붙어서 좀처럼 씻어지지 않는 솥을 씻는다
미움이 마음에 눌어붙으면
이처럼 닦아내기 어려울까
닦으면 닦을수록 윤이 나는 주전자를 보면서
씻으면 씻을수록 반짝이는 찻잔을 보면서
영혼도 이와 같이 닦으면 닦을수록
윤이 나게 할 수는 없는 일일까 생각해 보는 것이다
그릇은 한 번만 써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뼈 속까지 씻으려 들면서
세상을 수십 년을 살면서도
마음 한 번 비우지 못해
청정히 흐르는 물을 보아도
때 묻은 情을 씻을 수가 없구나
남의 티는 그리도 잘 보면서도
제 가슴 하나 헹구지도 못하면서
오늘도 아침저녁을 종종걸음치며
죄 없는 냄비의 얼굴만
닦고 닦는 것이다
- 송유미 ‘냄비의 얼굴은 반짝인다’
*
선거판을 바라보고 있으려니 자꾸 한 숨만 쉬게 됩니다.
군사독재 박정희를 그리워하는 사회,
수단방법 가리지 않는 현실주의적 이기성이 이성을 마비시키고 있습니다.
지난 몇년 동안 전 국민이 조중동 세 신문에 의해 세뇌를 당했나 봅니다.
예언자가 없는 시대의 어둠이 짙어 가슴 깊이 두렵고 몸서리가 쳐집니다.
우리의 눈도 침침해지고 더러워져
선악을 구별하지 못하고, 맑은 것을 보지 못할까 염려됩니다
오늘 이 시 한 편을 읽으면서
일상을 살아가면서 스스로를 살피며,
영혼을 맑게 가꾸려는 마음이 느껴져 반가웠습니다. PCK
Saturday, December 8, 2007
송유미의 시 한편
Posted by
Peace and Justice in Solidar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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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 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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